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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소개 | 도시 속 일상의 순간을 담은 이경준 사진전, ONE STEP AWAY

도시 속 일상의 순간을 담은 이경준 사진전, ONE STEP AWAY

 

안녕하세요, 나무기술 마케팅팀 한지수입니다.

해가 떠오르고  달이 건물 틈으로 잠기는 시간 동안 공간과 공간 사이를 넘나들며 우리는 각자의 일상을 살아갑니다.

세상 어디에 있든 똑같이 주어지는 24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내가 머무른 자리는 어디인지, 그리고 무엇을 좋아하는지가 때론 나에 대해 설명하기 좋을 때가 있습니다.

저는 주말이 되면 힘차게 달려왔던 평일을 뒤로 하고 그 일상의 틈을 다르게 보는 시선의 힘을 기르기 위해 열심히 돌아다니는 편인데요.

그렇게 쉬는 날이면 저의 발자국이 닿았던 곳들 중  최근 저에게 흐르는 시간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서울과 언젠가 머무르고 싶은 도시인 뉴욕의 일상을 담은 사진전을 다녀왔습니다.

바로 “이경준 사진전:원스텝 어웨이”입니다.

도시의 패턴을 포착해 이경준 작가는 서울과 뉴욕을 기반으로 도시를 관찰하며 그 안에 담긴 일상을 담는 물리치료사이자 사진작가입니다.

주의 깊게 바라보지 않으면 놓치기 쉬워 최대한 먼 곳에서 천천히 관찰하려고 한다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졌어요.

평면적인 패턴 속에서 계속 움직이고 있는 작은 점으로 보이고, 그렇게 또 새로운 패턴이 만들어지는 모양새에 미적으로 흥미를 느꼈다고 하는데요.

그의 사진전에서 인상 깊었던 작품들을 소개 드리고자 합니다.

 

GOLDEN HOUR

이른 시간, 고요한 센트럴 파크를 달리며 헐떡거리는 숨을 돌리며 마주 본 도시가 아름답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그저 아름다운 것들을 바라보고 담을 수 있다는 것이 작가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고 해요.

저도 날씨가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적정한 날씨에는 서울 식물원을 달립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적당히만 하자고, 욕심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뛰기 시작하지만 어느샌가 조금만 더 달리자 마음먹으며 다리가 후들거리는데도 정신을 꽉 붙잡고 뜁니다.

목표치가 코앞에 있는데 닿을 듯 닿지 않는 목표란 막연히 높고 아득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 임계점을 넘기가 참 힘든 건 저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딱 저기까지만 해보자 하고 버텨서 해낸 마음이 그다음을 꿈꾸게 하고 잘 버텼다고 토닥입니다.

숨을 돌리며 머리 위에 떠있는 해와 달을 보면서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무릎에 손을 얹고 숨을 돌리며 보이는 주위의 풍경들은 괜스레 더 예뻐 보이고 낭만적이게 보이는 마법에 걸리곤 하는데 그 순간들이 생각나네요.

COLOR OF LIGHT

해가 뜨거나 질 무렵의 하늘은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색감을 선물하기 때문에 해가 비교적 늦게 뜨는 겨울에 작업을 하는 걸 좋아했다고 해요.

서울 역시 아름다운 빛을 담고 있는 도시라고 말하며 찬란한 빛의 시간 아래 잠시 주변을 둘러보며 그 순간을 즐기길 권유하는 그의 메세지가 작품 앞에서 오래 머무르게 해주었습니다.

작업은 탐색과 관찰에서 시작되는데 오가며 발견했던 곳을 기록해 두었다가 다시 찾아가기도 했다고 해요.

하지만 결국 그날의 날씨, 시시때때로 변하는 빛처럼 우연한 요소가 작업의 내용을 결정한다는 걸 아는 이경준 작가는 예상치 못했던 포인트에 매료되기도 하며 때로는 그 마법 같은 순간을 기대하고 상상하며 발걸음을 옮깁니다.

기술적인 것보다 순간과 찰나에 더 집중해 작업하게 되는 이유라고 해요.

MELTINGPOT PROJECT

점심을 먹으며 창밖을 바라보다 시작한 기록입니다.

신호가 바뀌고 사람들이 오가는 사이, 무채색의 도로는 다양한 색으로 채워지기 시작하며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의 다채로운 에너지를 담아냈습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서울에서 나고 자라며 잘 안다고 생각했던 동네들이 멀리서 보니 완전히 새롭게 보여 그때부터 넓게 바라보는 사진을 찍었다고 합니다.

거리를 두고 대상을 바라보니 모든 것에 새로운 관점이 생겨 살아가면서 깊게 고민하거나 결정할 일이 많은데, 그럴 때마다 가만히 앉아 깊게 고민하다가

내가 좋아하는 곳이나 가고 싶었던 곳을 향해 사진을 찍으면 복잡한 생각이 사라지고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해요.

제가 좋아하는 출판사 중 하나인 ‘육공사’에서 일하는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러더군요.

일은 물론 즐거워서 시작했지만 모든 순간이 즐거울 순 없다고요. 그럴 때 목적이 없어도 좋은, 그런 무용한 시간이 꼭 필요한 것 같다고.

한눈팔지 않고 큰길로 다니면 어디든 빨리 닿겠지만, 나만의 비밀 아지트는 샛길로 다녀야만 찾을 수 있다고 하는 말이 너무 와닿았습니다.

매일 똑같은 출퇴근길도 매번 즐거운 이유는 별다른 게 없어요.

아무리 바쁘더라도 고개를 돌리는 시야에 작고 소담스러운 것들이 눈에 담길 때면 전 잰걸음을 걷더라도 잠시 멈추곤 합니다.

같은 것도 다르게 보는 시선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무수한 노력들이 똑같은 길이더라도 매번 새롭고 특별하게 여겨지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도로 사이에 뜬금없이 핀 민들레가 보인다든지, 어제는 없었는데 생긴 사람들의 귀여운 표식들이 눈에 띄어 남몰래 혼자 웃음 짓곤 다시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렇게 다시 오지 않을 순간들을 차곡차곡 모아 그때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기억하려는 편인데 모든 걸 담아낼 순 없더라도 돌이켜볼 수 있는 아카이브가 바로 일기쓰기였어요.

그 찰나들이 모여 오로지 지금 느낄 수 있는 기쁨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면 어떤 상황이더라도 내가 선택한 목적지가 결국 답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FROM ABOVE

사람들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 주요 무대가 ‘건물’이라는 걸 깨달은 그의 시선은 자연스레 건물로 시선이 옮겨갔습니다.

이후 더 나아가, 조금 더 멀리서 바라본 건축물 주변의 선과 면이 만들어 내는 기하학적 패턴에 관심을 둔 그의 의도가 전반적인 작품들에 녹아있습니다.

머무는 공간 중에서도 유독 마음이 가는 자리가 있습니다.

시끌벅적한 도심 속에서도, 정해진 자리에서 루틴처럼 앉게 되는 회사에서라도, 심지어 엘리베이터를 타면 괜히 자동적으로 가게 되는 조그마한 ‘선호도’가 높은 자리 말이에요.

저는 어딜 가더라도 탁 트인 공간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쉬는 시간이면 일하다가도 옥상에 올라가 숨을 돌리며 식물원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고, 카페를 가도 날이 좋으면 꼭 바깥이나 옥상에 있는 테라스에 앉는 걸 좋아하죠.

지나가는 인파를 바라보며 마구마구 떠오르는 생각들이 사람들과 건물들 사이로 흩어졌다가 다시 그 많은 생각들이 여과되어서 현실이 되는 느낌이랄까요?

온전히 나만의 생각과 행동에 집중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놓고 그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찾아보세요.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에서 벗어나 오롯이 바라보는 나를 발견하며 하루의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 위로의 시간들이 여러분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거예요.

A ROOM OF RELIEF

에스토리아 공원 역시 작가의 최애 공간입니다. 작가를 힘들게 했던 건 외로움도 고단함도 아닌 허무함이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고민 사이에서 큰 위안이 되었던 애스토리아 공원의 한여름과 사납게 내리던 눈이 조금 누그러들자마자 때마침 마주한 로맨스 가득한 따뜻한 순간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작가에게 카메라 프레임 너머 어떠한 대상을 바라보는 건 평화로운 일탈 혹은 테라피와 같다고 합니다.

바쁜 도시 일상 속에서 나만의 온전한 시간을 갖는 건 정말 중요한데요.

공원은 야외 활동을 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라는 작가의 생각처럼, 2020년을 기점으로 무채색 구조물에서 공원으로 자연스럽게 옮긴 시선을 담았다고 합니다.

그 안에서 여유와 행복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경준 작가는 무엇이든 잠깐 보면 그 아름다움을 잘 모를 때가 많은데,

많이 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분명히 아름다운 면이 보이고 새로운 걸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작업할 때 꾸준히 관찰하는 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합니다.

저 역시 한층 삶에 익숙해진 나와의 간격 조절을 꾸준히 하는 편입니다.

새로 출시되었다고 하는 신상품을 구경하고, 관심 있었던 혹은 어디선가 보았던 작가의 전시가 열린다고 하면 ‘굳이’ 시간을 내서 보러 가고,

가까우니 언제든 볼 수 있다는 핑계를 뒤로하고 약속을 잡아 지인의 안부를 묻는다든지요.

그 속에서 다양한 감정들이 오가며 사람들과 있었던 일련의 에피소드들로 채우다 보면 예상치 못해 더 아름다운 기쁨과 추억이 덧대어집니다.

그렇게 저는 무심코 놓쳤던 의미를 적당한 곳에 부여하고, 주위에서 얻은 발견으로 마음을 살피고 헤아리며 안목과 시야를 넓히며 살아갑니다.

건물은 늘 같은 자리에 있지만 날씨와 시간, 빛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집니다.

구름이 가득해도 재미있고, 맑은 날은 맑은 대로 좋다는 작가의 말에 백 번 공감합니다.

빛에 따라 길이가 달라지는 그림자도 흥미로워하는 그의 시선이 저의 눈길과 닮았다고 느껴져서 이 전시가 끌렸는지도 모릅니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고민과 이야기를 가지고 발걸음을 옮긴다고들 하죠.

고개를 들면 보이는 풍경들이 평범해서 무디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그 이면 속에서 종종 놓치고 있었던 반짝이는 찰나를 잡을 수 있다고 전 믿어요.

여러분도 평범한 일상 속 특별한 순간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비추는 전시  “이경준 사진전:원 스텝 어웨이”를 보러 가보시는 건 어떨까요?

삶에서 마주하는 고민을 한 발짝 뒤로 물러서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느끼길 바라는 이경준 작가의 사진전을 추천하며 이만 마무리하겠습니다.

가끔은 꽉 막힌 교통체증에 피곤하기도 하고 일상이 버거워 울상을 지을 때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시선을 살짝만 사선으로 기울여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넛지’라고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군요.

기다려지는 내일을 믿으며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평범한 일상도 미련보단 마음이 충만한 순간들이 더 가득한  매일이 될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우린 잘 해나가고 있다고 그 누구보다도 제일 먼저 자신을 1순위로 믿어주세요.

우리가 부지런히 보내온 모든 공간에서의 시간들을 쌓아가며 올곧은 시선으로 아름다운 흔적들을 그려나가시길 바랍니다.

3월을 앞두고 있는 2월의 마지막 날이네요.

매일 반복되는 아침을 오늘부터는 조금 색다르게,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일상을 시작하실 수 있길 응원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야, 네게 다시 마지막 겨울이 주어진다면 무얼 제일 하고 싶니?

햇빛을 받아 선명해지는 창 너머 은색의 오후,

우리는 멍하니 물기를 잔뜩 머금은 저녁의 눈동자로 옅은 하늘빛 수채 물감처럼 울먹이면서

왜 한 번의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는지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겠지.

우리 마음과 상관없이 쏟아지는 눈발 아래

-정현우, 우리는 약속도 없이 사랑을 하고 中